1. 봄철 운동이 발목 관절에 주는 영향 – 왜 지금이 위험한 시기인가?
봄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겨울 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싶어지는 계절, 자연스럽게 산책이든, 가벼운 러닝이든, 자전거든 뭔가 시작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3월 초, 오랜만에 운동화를 꺼내 신고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았던 날,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부터 발목이 묵직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무리해서 그렇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봄철, 특히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가 발목 관절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시기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겨울 동안 관절은 관절낭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연골이 받는 충격 흡수력도 둔해지는데,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이 관절 부위가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된다. 발목은 특히 체중이 직접 실리는 부위이기 때문에, 운동 강도는 같아도 무릎보다 더 빨리 손상되는 관절 중 하나다.
의학적으로 보면, 발목 관절은 외측 인대(특히 전거비인대, 종비인대)가 가장 취약한데, 이 부위가 반복적으로 비틀리거나 충격을 받으면 ‘염증→통증→관절면 마모→관절염’으로 이어진다. 특히 봄철에는 아래 같은 상황들이 많이 생긴다:
- 운동화를 새로 바꾸고, 발에 맞지 않는 신발로 장시간 걷는 경우
- 갑작스러운 야외 활동 증가
- 체중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런닝 시작
- 겨울 내 실내 생활 후, 근육량 감소된 상태로 등산/걷기
나도 정확히 이 네 번째 케이스였다. 겨울엔 재택근무로 하루 1,000보도 안 걷던 내가 갑자기 만 보를 걷기 시작한 거다. 결과는 며칠 후, 계단 오르기 힘들 정도로 아픈 발목과 함께 병원행.
의사 선생님 말씀은 간단했다. "봄철 관절염의 시작은 대부분 ‘갑자기 시작한 운동’ 때문입니다. 천천히, 일주일 단위로 늘려가야 하고, 발목 스트레칭 없이 운동하면 무조건 탈이 납니다."
이 말이 꽤 인상 깊었다. 운동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방식’이 문제였던 거다. 특히 발목은 뼈와 인대의 구성상 무릎보다 더 미세한 손상에 민감해서, 조금만 무리해도 그 손상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인 봄, 하지만 이 시기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할 관절 위험 시기라는 걸 몸소 느꼈다.
2. 발목 관절염이 시작되는 순간 – 무심코 지나친 통증의 정체
운동 후, 발목에 묵직한 느낌이 남는다. 걸을 땐 괜찮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 살짝 뻐근하고, 구두를 신거나 딱딱한 바닥을 오래 걷고 나면 은근하게 쑤신다. 그 순간엔 대부분 ‘피로’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발목 관절염의 시작 신호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관절염은 단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관절을 감싸고 있는 연골이 서서히 닳고, 염증 반응이 반복되며, 인대와 관절낭까지 영향을 받는 말 그대로 점진적인 손상 과정이다. 초기엔 통증보다 ‘이질감’이 먼저 온다. 발목을 돌릴 때 뭔가 소리가 나거나, 발을 디뎠을 때 순간적인 삐끗함이 자주 생긴다. 그리고 이 증상들이 반복될수록, 통증은 점점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특히 오전보다 오후, 혹은 운동 후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는 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발목 관절염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 후 통증’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을 땐 별 문제 없다가도, 하루 종일 걸은 날이나 쇼핑몰을 오래 돌아다닌 날엔 발목이 붓고 아프기 시작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대부분 복숭아뼈 안쪽 또는 바깥쪽, 혹은 아킬레스건 바로 위쪽이다.
정형외과에서는 관절염을 단순히 ‘나이 들어 생기는 병’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잦은 염좌(삠), 운동 손상, 체중 증가, 반복되는 부하 등이 누적된 결과로 설명한다. 한 번 삐었던 발목은 인대가 늘어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 상태로 반복적인 운동이나 체중 부하가 가해지면 연골 마모가 빨라진다. 즉, 젊더라도 평소 운동 습관이나 체중 조절이 잘 안 되어 있다면 30대, 40대에도 발목 관절염이 시작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목이 ‘끼익’ 하고 시린 느낌이 들었던 그 순간이었다. 딱히 심한 통증은 아니었지만, 무릎이 아닌 발목에 소름 끼치는 마찰감이 느껴졌다. 그 이후부터 장시간 서 있거나 오래 걸으면 발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병원에서 초기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MRI에서 연골 표면이 거칠어지고, 관절 주위에 부종이 생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처럼 초기 발목 관절염은 ‘통증’이 아니라 ‘이상한 느낌’으로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통증이 올 정도면 이미 염증이 꽤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그러니 ‘살짝 아픈데 좀 애매하다’ 싶은 그 느낌이 계속된다면, 그게 바로 병원을 방문할 타이밍이다.
3. 관절을 살리는 걷기, 망치는 걷기 – 걸음걸이의 비밀
걷기는 누구에게나 가장 익숙한 운동이다. 별다른 장비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크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하루 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는다. 나도 몇 년 전부터 하루 8천 보 정도 걷는 걸 생활습관처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발목이 자꾸 묵직해지고, 운동화 밑창이 한쪽만 더 닳는 걸 보고서야 ‘내가 걷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걷다가 아픈 게 아니라, 잘못 걷고 있어서 아프게 된 경우’라는 설명을 듣는다. 특히 발목 관절은 걸음걸이에 따라 가장 먼저 손상을 입기 쉬운 구조다. 발목은 우리가 발을 디딜 때마다 체중의 1.5배에서 3배 정도의 하중을 받는데, 이 하중이 균형 잡힌 방향으로 분산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한쪽 인대나 연골에만 집중되면 서서히 마모와 염증이 진행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바른 걸음걸이란 다음과 같다: 발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고, 발바닥 전체로 부드럽게 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 이 과정에서 무릎은 약간 굽혀져야 하고, 엉덩이는 뒤로 과도하게 빠지지 않으며, 발끝이 정면을 향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걷는 모습을 보면 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발끝이 바깥을 향하거나(팔자걸음),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는 걸음(내반슬)은 체중이 발목의 바깥쪽 인대나 발바닥 아치에 쏠리게 만든다.
나는 팔자걸음이 심한 편이었다. 특히 오래 걷고 난 날에는 발목 바깥쪽, 정확히는 전거비 인대 부위가 욱신거렸고, 발바닥 안쪽 근막도 뻣뻣한 느낌이 들곤 했다. 병원에서 걸음걸이 분석을 받았을 때 양쪽 발목에 미세한 회내 과운동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즉, 걸을 때마다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방향으로 힘이 실렸다는 말이었다.
그 후, 걷기 자세를 교정하면서 정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한 발 한 발을 ‘의식’하면서 걷기 시작하니 처음엔 너무 느리고 어색했지만, 발목 통증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걸음걸이를 바꾸는 것만으로 관절이 편안해지는 경험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특히 정확한 보행 자세는 관절뿐 아니라 발바닥, 무릎, 골반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단순히 ‘많이 걷기’보다 ‘제대로 걷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포인트는 ‘신발’이다. 기능성 워킹화라 하더라도 내 발에 맞지 않거나 밑창이 너무 단단한 경우, 지면 충격이 고스란히 발목 관절로 전달된다. 특히 밑창이 삐뚤게 닳은 신발은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한쪽 발목에 지속적인 부하를 주게 된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오래 신던 운동화를 바꾸고, 내 발 형태에 맞춘 인솔을 추가했더니 한결 걷는 느낌이 부드러워졌다.
우리는 걷기를 ‘자연스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루에도 수천 번 반복하는 복잡한 관절 움직임의 연속이다. 그만큼 작은 잘못이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 만 보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만 보다. 오늘부터라도 거울 앞에 서서 내 걸음을 한번 관찰해보자. 그게 발목 관절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4. 발목 관절염을 예방하는 운동 루틴 – 집에서도 쉽게
병원에서 발목 관절염 초기 진단을 받은 날,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내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은 "당장 무리해서 걷지 마시고, 발목 주변 근육부터 살려보세요"였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근육' 하면 헬스장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만 떠올렸지, 발목에도 근육이 있다는 사실조차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건 단지 뼈와 인대만이 아니다. 비복근, 가자미근, 전경골근, 장비골근 등 복잡한 근육들이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이 균형이 무너지면 걷거나 뛸 때 쉽게 관절이 흔들리며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병원에서 추천받은 루틴은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집에서도 맨발, 맨몸으로 가능하고, 하루 10분만 투자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들이었다.
첫 번째는 발끝 올리기 운동. 벽이나 소파에 등을 기대고 서서, 두 발의 앞꿈치를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이때 뒤꿈치는 바닥에 고정하고, 종아리 앞쪽에 긴장감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동작은 전경골근 강화에 효과적이며, 발목 전방의 지지력을 높여준다. 나는 처음 이 동작을 할 땐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는데, 2주 정도 꾸준히 반복하자 발을 디딜 때 안정감이 커졌고, 통증도 덜해졌다.
두 번째는 발가락 쥐었다 폈다 운동이다. 바닥에 앉아서 맨발 상태로 발가락을 힘껏 오므렸다가 펴는 동작을 20~30회 반복하면 발바닥 아치와 연결된 소근육이 활성화되며, 전체적인 하체 균형에 도움이 된다. 이 운동은 특히 평발이나 아치 붕괴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나 역시 편평한 발 모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동작을 습관처럼 하면서 걸을 때 중심이 바깥으로 쏠리는 느낌이 점점 줄어들었다.
세 번째는 밸런스 보드나 수건을 이용한 균형 잡기 운동. 양치질할 때 한 발로 서기, 바닥에 수건 깔고 그 위에서 발목 돌리기 같은 동작은 작지만 반복할수록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을 자극해 관절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처음엔 중심 잡는 게 어색하고 흔들렸지만, 며칠만 지나도 균형 유지 시간이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이다. 벽에 손을 짚고 한쪽 다리를 뒤로 뻗은 상태에서,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종아리 근육이 당겨지도록 유지하는 자세를 30초 이상 유지하는 동작. 이건 하루 중 언제든 할 수 있고, 특히 아침이나 운동 전후에 하면 근육 유연성 향상과 발목 가동범위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네 가지 루틴은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꾸준함을 가능하게 만들고, 관절을 ‘운동’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해 준다. 특히 집에서 짬날 때마다 할 수 있어서 피곤한 날에도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발목 관절염은 한 번 시작되면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이런 루틴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염증 진행을 막고, 일상 활동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비싼 기구도, 시간도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오직 하루 10분의 관심과 반복뿐이다.
5. 운동 전후 반드시 체크해야 할 관절 건강 습관
예전엔 운동을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 준비 없이도 갑자기 뛰고, 걷고, 스트레칭 없이 운동을 끝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관절이 한 번이라도 아파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특히 발목처럼 작은 관절은 사소한 습관 하나만 바뀌어도 통증이 줄고, 반대로 작은 방심 하나로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발목 관절을 보호하면서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운동 전후에 반드시 챙겨야 할 루틴이 몇 가지 있다. 무리한 동작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 관절이 오늘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 우리는 흔히 스트레칭을 운동 후 마무리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관절염 예방 측면에서는 운동 전 스트레칭이 더 중요하다. 특히 발목 주변 근육들—종아리, 아킬레스건, 발바닥 근막—이 제대로 이완되지 않으면 걷기나 러닝 중에 작은 충격에도 관절이 ‘벌컥’ 하고 비틀릴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운동 전에 꼭 5분 정도는 발목을 돌리고, 종아리를 늘리고, 발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엔 그저 귀찮고 형식적이었는데, 이 루틴을 꾸준히 하면서 운동 후 발목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걸 느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신발 점검이다. 발목이 자주 아픈 사람은 운동화가 관절을 제대로 잡아주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밑창이 너무 단단하거나, 오래 신어 쿠션이 죽은 신발은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 나는 운동화 한 켤레를 너무 오래 신다가 발목 통증이 재발한 적이 있는데, 신발을 바꾼 후, 그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전문 운동화가 아니더라도 내 발에 맞고 쿠션감 있는 신발을 고르는 건 관절 건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운동 후에는 즉시 차가운 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관절염 초기에는 사용 후 미세한 염증이 생기기 쉬운데, 운동 직후 냉찜질을 통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 반응을 줄여줄 수 있다. 나는 냉찜질 팩을 냉동실에 항상 두 개 넣어두고, 운동을 한 날엔 샤워 후 바로 발목에 10분 정도 올려놓는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날 아침 발목의 개운함이 확실히 달라진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건 수분 보충과 관절 친화 식이요법이다. 운동 중에는 땀을 통해 수분과 미네랄이 빠져나가면서 관절 내 윤활 역할을 하는 관절액의 점도도 낮아진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연골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관절막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이나 비타민 C, 콜라겐 성분은 관절을 구성하는 연골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 억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몸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운동 후 무릎보다 발목이 먼저 아프다면, 그건 내 자세나 하중 분배, 신발, 스트레칭 중 하나 이상이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그 느낌을 무시하지 않고 기록하거나 조정해 가는 습관이 결국 관절염을 막아주는 최고의 운동 전략이 될 수 있다.
관절 건강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닌, 습관 하나하나가 쌓인 결과라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오늘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내 발목을 한 번 돌려보며 물어본다. "괜찮아? 오늘은 어떤 상태야?" 그 짧은 질문 하나가 내 관절을 오래도록 지켜주는 작은 보호막이 된다.
6. 나도 모르게 관절을 망치는 생활 습관과 그 대안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프지 않아도, 어느 순간 계단을 내려갈 때 발목이 시큰거리거나, 오래 걸은 날엔 한쪽 발목만 유독 붓는 걸 경험한 적 있다면 그건 이미 생활 속 어떤 습관이 관절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나 역시 한동안 왼쪽 발목에만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 원인을 찾으려다 알게 된 사실은 단순하지만 충격적이었다. 집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할수록 내 체중이 한쪽 골반으로 쏠렸고, 결국 양쪽 다리 길이와 발의 무게 분포에도 미묘한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사소한 자세 하나가 결국 발목 관절의 사용 패턴까지 바꿔버린 것이다.
대표적인 잘못된 생활 습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 한쪽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
- 오래 서 있을 때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 자세
- 바닥에 무릎 꿇고 앉거나 발목을 꺾는 좌식 자세
- 낮은 쿠션, 푹 꺼지는 소파에서 오래 앉기
- 스마트폰을 볼 때 고개를 숙이고, 발목이 안으로 말리는 자세
이런 자세는 모두 골반과 무릎, 발목까지 연결된 체형 비틀림을 유발하고, 결국 한쪽 발목에 더 많은 하중이 반복적으로 전달되게 만든다.
나는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편이었다. 특히 책상에 앉아 일할 때 다리를 꼭 꼬아야 편하다고 느꼈는데, 그 습관을 고치고 나서부터 한쪽 발목 통증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바른 자세에 익숙해지자 하루 끝날 때 발목이 덜 피로하고, 보폭도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생활 속에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자에 앉을 땐 엉덩이를 등받이에 붙이고, 무릎은 90도 각도로 유지한 채 발바닥을 바닥에 완전히 붙이는 것이 기본이다.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면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가볍게 발목을 돌리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다. 또한 외출 시에는 힐 대신 쿠션감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신발 끈을 느슨하게 묶어 발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몸을 지탱해주는 건 결국 내 관절이다. 관절을 쓰는 데는 습관이 쌓이고, 그 습관은 아주 작은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늘 하던 대로니까’라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자기 전에 내 자세를 떠올려본다. 오늘은 다리를 꼬고 있었나? 오래 서 있었을 땐 양쪽 체중을 골고루 썼나? 이런 체크리스트 하나만으로도 관절은 놀라울 만큼 반응한다.
건강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습관들의 합이라는 말. 그게 점점 더 크게 와닿는 요즘이다.
7. 발목 관절염, 언제 병원 가야 할까? 검사와 치료법 정리
사실 나도 처음엔 병원을 가야 할 정도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발목이 조금 붓고, 약간 욱신거리는 정도였기 때문에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넘겼다. 하지만 2주 넘게 그 불편함이 이어졌고, 결국 내친김에 정형외과에 들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절염이 무조건 나이 들어 생기는 병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요즘은 30~40대에도 발목 관절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반복된 발목 염좌, 평발, 스포츠 손상 경험이 있다면 연골이 서서히 마모되며 관절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1) 병원에서 받게 되는 검사
1. 진찰과 병력 청취
가장 먼저, 언제부터 통증이 있었는지, 운동량이나 체중 변화, 과거 발목을 다친 경험 등을 체크한다. 통증이 어느 부위인지, 움직일 때 더 아픈지, 쉴 때도 아픈지 등 간단한 문답과 발목을 움직여보며 초기 진단이 이뤄진다.
2. X-ray 촬영
관절염 여부를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뼈와 뼈 사이 간격이 좁아졌는지, 연골이 닳았는지, 뼈 가장자리에 골극(뾰족하게 자란 뼈)이 생겼는지 등을 확인한다. 나도 이때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내 연골은 아직 유지돼 있었지만, 관절 주위에 부종이 있다고 했다.
3. MRI 검사
만약 X-ray로는 확실하지 않거나, 연골 손상 정도나 인대, 힘줄까지 함께 보고 싶을 땐 MRI를 찍게 된다. MRI는 발목 주변 연조직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염증이나 미세 손상 진단에 유용하다. 비용이 조금 있지만, 만약 운동을 자주 하거나 반복 통증이 있다면 한 번쯤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2) 치료는 어떻게 시작될까?
초기에는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시작한다.
1. 약물 치료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 소염제를 단기간 복용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위 보호제를 함께 처방받는 경우가 많고, 약으로만 완전히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염증을 진정시키는 데는 도움 된다.
2. 물리치료 & 도수치료
전기 자극, 온열 요법, 테이핑, 부목 고정 등 염증 부위의 긴장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치료다. 특히 내 경우엔 발목 관절 주변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기 때문에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
3. 운동치료
앞서 설명한 발목 근육 강화 루틴이 여기에 해당된다. 운동은 치료이자 예방법이며, 전문가의 지도로 근육 균형과 체중 분산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4. 주사 치료
통증이 심하거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인 경우,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1~2회 맞기도 한다.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속적인 주사 남용은 연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5. 수술 치료
비수술적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거나, 연골 손상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관절 내시경’이나 ‘관절 유합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고려하게 된다. 요즘은 수술 기술이 좋아져 회복도 빠르지만, 가능하다면 초기 단계에서 생활습관과 운동으로 잡는 것이 가장 좋다.